티스토리 뷰
류견(流見)은 일곱 살 때부터 자신의 능력을 알았다.
“엄마 왜 여기 열이나?”
“무슨 소리야?”
“여기 말이야.”
류견은 엄마의 가슴에 손을 짚었다. 견의 엄마는 그 무렵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의 눈에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열이 난다고 표현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 뒤로도 견은 계속해서 사람들 몸속을 이야기했다.
“엄마, 저 사람 저기가 막혔어.”
견의 부모님은 물리학자였다. 그들은 검증된 지식 외에는 믿지 않았다. 과학이 곧 세계라 믿었다. 견의 부모는 견을 종합병원에 데려가 다양한 검사를 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신경정신과에 데려가자 섬망이라 진단하고 항정신병약을 처방했다.
견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짝인 여자 아이가 심한 아토피가 있어 수업 내내 벅벅 긁고 있었다. 본인도 괴로웠겠지만 보고 있는 견도 괴로웠다. 견은 참다가 쉬는 시간에 말해버렸다.
“너 인스턴트 음식 좋아하지?”
“인스턴트가 뭐야?”
“콜라, 햄버거, 과자, 라면 이런 거 말이야.”
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스턴트 음식에는 인산염이 들어있어. 인산은 몸에서 칼슘을 빼 버려. 칼슘은 뼈 구성 성분이거든. 칼슘이 빠진다는 건 신정(腎精)이 부족해진다는 거야. 신정(腎精)이 부족해지면 명문화(命問火) 생성이 부족해져서 청탁(淸濁)의 혼재와 막힘이 있어 숙식(宿食)이 생겨서 열로 바뀌어 나와서 아토피가 심해지는 거야. 약국가면 가루로 된 한약 있어. 육미 향사평위산 대시호탕 인진호탕 황련해독탕 황기건중탕을 꾸준히 먹도록 해.”
견은 쉼 없이 말을 쏟아냈다. 짝은 멍하니 견을 바라봤다.
“뭐래는 거야?”
견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앞자리 여자 아이는 위장 숙식으로 입 냄새가 심했고, 뒷자리 놈은 스트레스를 참아서 축농증이 생겼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 참자.
그런 일은 그 뒤로도 여러 번 있었다. 참을 수 없었다. 수업 내내 두통 때문에 인상을 찌푸리는 선생님께 쉬는 시간에 쫓아가 쪽지를 내밀었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소시호탕, 삼황사심탕>
“선생님 진통제 먹어도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프고 고개 돌리기도 힘드시죠? 어지럽고……. 약국 가서 그렇게 달라고 하세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견은 순간 또 자신이 못 참고 말을 했다는 걸 깨닫고 그 자리에서 달아났다. 이제 선생님은 자신을 이상한 아이로 볼 거다.
3일 후 선생님은 견을 교무실로 불렀다.
“이상한 일이더구나. 네 말대로 했더니 어떤 진통제에도 안 듣던 두통이 싹 가셨어.”
견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게, 저희 어머니도 그런 적이 있으셔서 그렇게 드셨더니 말끔해졌다고 하셔서 선생님께도 말씀 드린 거예요.”
오랜만에 얼굴이 환해진 선생님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견의 가슴에 말캉한 무언가 올라왔다.
견은 이게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는 걸 선생님을 통해 깨닫고 주위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초등학교 1학년이 하기에는 이상한 말임에 분명했다. 그 이야기는 견의 부모 귀에도 들어갔다.
남들은 신기한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부모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류견의 부모는 박사학위를 받고 있던 물리학자였다. 견이 그들에게 나타났을 때 둘은 결혼 전이었고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다.
견의 엄마, 유진은 밤늦게 연구실을 나서는데 웬 여인 하나가 다급하게 아이를 안고 왔다. 여인은 한복을 입고 있어 섬뜩한 기분이었다. 그때 견의 아빠, 석진도 옆 실험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여인은 아이를 유진에게 떠넘기듯 안겼다. 유진은 경황이 없어 아이를 받아들고 여인을 바라봤다. 귀신을 만난 기분이었는데 여인의 얼굴은 굉장히 슬퍼보였다.
“미안해요. 이 아이를 제발 맡아줘요. 다른 사람이 알면 안돼요.”
여인은 빠르게 달아났다. 유진은 아이를 안고 여인을 쫓았다. 어느새 여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석진이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어요. 뭐가 뭔지.”
유진과 석진은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바라봤다. 아이는 쌕쌕 웃으며 잠들어 있었다.
“경찰서에 가야할 까요?”
석진이 묻자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이를 보자 우선 따뜻한 자기 방으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령의 여인은 아이를 숨겨야할 긴급한 상황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경찰서에 데려가면 안 될 테니까.
석진도 유진의 자취방으로 따라 나섰다.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포대기를 펼쳤다. 포대기 안에 한지에 적힌 편지가 한 장 나왔다. 세로로 쓰인 옛날 한글이었다.
“이건 읽을 수가 없는데. 조선시대 한글인가 봐요.”
아이가 잠에서 깨어 칭얼대기 시작했다. 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멀뚱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배가 고픈 거 아닐까요?”
석진은 분유와 젖병, 기저귀를 하나씩 사왔다. 둘은 어설프게 아이에게 분유를 타 먹였다. 아이는 금세 쌩글쌩글 웃으며 잠이 들었다.
“이 편지를 해독해야 일이 될 거 같아요.”
석진이 편지를 펼쳐들었다.
“이런 생각 웃기지만 아까 그 여인 이 시대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요.”
유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지만 한복을 입은 것하며 쪽머리를 튼 것, 아이의 배냇저고리의 질감, 포대기에서 발견된 편지,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도저히 이 시대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석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다음날 석진은 국문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에게 찾아갔다. 석진은 편지를 내 밀어 해석을 부탁했다.
“고향 집에서 이런 게 나왔어. 이거 유서 깊은 거야?”
석진은 짐짓 모른 척 물었다.
“훈민정음이 1446년에 10월 9일에 만들어졌으니 그 이후겠지? 말투는 조선시대가 맞는데. 정확한 년도는 몰라. 난 역사학자는 아니니까. 해석은 해줄게.”
친구는 그 자리에서 편지에 적힌 글을 적어줬다.
<이름은 허견. 태어난 지 21일.
남편은 유서 깊은 무관 출신 가문, 저는 정실이 아니어서 태어난 이 아이는 중인의 신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무당이 말하길 이 아이는 천하를 바꿀 것이나 이 시대는 아니라 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물으니 곧 이 아이를 잡으러 누군가 온다 하더이다. 생경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실제로 집으로 쳐들어 와서 아이를 찾았고 저희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습니다.
중간에 어떤 귀인을 만나 이곳으로 도망쳤습니다. 우리는 선조 23년에 살던 사람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펼치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아이의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부디 이 아이를 잘 키워주세요.>
“야, 이게 뭐냐? 누가 너한테 장난친 거 아냐?”
친구는 석진에게 종이를 건네며 헛웃음을 쳤다.
“이게 조선시대 편지가 맞는 거야?”
“글자는 분명 맞는데 내용이 너무 웃기잖아. 슈퍼맨 출현쯤 되는 거 같다. 한지야 요즘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이거 봐. 조선시대 종이라고 하기에 너무 말짱하잖아?”
석진은 유진에게 해석된 글을 보여줬다.
“우리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닐까요?”
유진은 편지를 꼼꼼히 살피다 눈을 질끈 감았다.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한복을 입은 여인의 눈빛은 간절했다.
석진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서로 바로 가면 되는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행동을 주춤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오늘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유진은 아이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었다.
“분유를 먹이고 재우려는데 아이가 웃으면서 저쪽을 보는 거예요.”
유진은 손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보니까 이게 있었어요.”
유진은 석진에게 오래된 책 한권을 내밀었다. 책은 역시 조선시대 책이었다. 알아보기 힘든 한글로 세로로 쓰여 있었다. 겨우 몇 자 읽어보니 소복에 어혈이 생겨... 당귀 1돈, 백작약 1돈 2푼... 약재에 관한 글이었다.
“참, 귀신에 홀린 것 같군요.”
그렇게 둘은 경찰서에 가는 것을 보류하고 번갈아가며 아이를 돌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가 백일이 될 무렵 석진이 말했다.
“우리 그냥 같이 아이 키울까요?”
중학생이 된 견은 학교 갈 버스에서 책 한권을 펼쳐 들었다. 얼마 전 엄마 방에서 찾아낸 책이다. 누런 한지에 세로로 적힌 책이다. 조선시대 한글인데도 견은 단박에 읽을 수 있었다.
그 무렵부터 꿈이 시작 되었다. 자신은 조선시대 의원이었다.
견은 수업 시간 내내 몰래 책을 읽었다. 책은 향약간이방(고려말~조선초에 편찬된 민간 의서)를 다시 해석해서 쓴 책이었다.
초희. 책. 견은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나는 누구인가. 초희는 누구인가. 이 능력은 무엇인가.
“뭐하냐, 이놈아!”
수학 선생이 다가와 머리를 때렸다.
“이놈 보게.”
수학 선생을 책을 뺏어 들었다. 견이 손을 저으며 책을 뺏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따라와.”
“이상한 놈일세. 이게 뭐라고 한참을 그렇게 읽고 있냐? 너 이게 무슨 말인지나 알고 읽는 거야?”
견이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안다한들 이해하겠으며 모른다한들 용서 받겠는가.
“김 선생, 이놈이 이 책을 수업 내내 그렇게 재밌게 읽습디다.”
수학선생은 국어 교사에게 책을 내밀었다.
“너, 이거 읽을 수 있으면 봐주고 아니면 수행평가 점수 깎아야겠다.”
견은 한숨을 푹 쉬었다.
“식이한출 우신상모와도한출자 차기노야(食已汗出 又身常暮臥盜汗出者 此氣勞也). ‘식이한출’이라는 것은 밥만 먹으면 땀이 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몸이 평상시에 해가 저물 때쯤 누워있으면 식은땀이 나는 사람은 이것은 기가 피로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와서 말하는 것은 눕기만 하면 땀이 난다. 밥 먹기만 하면 땀이 난다. 하는 것이다. 몸이 허(虛)하면 열(熱)이 나는데 속에서 생긴 열은 항상 밖으로 나가게 되어있다. 열은 머무르는 법이 없고 항상 밖으로 나간다. 이것을 열월(熱越)이라 한다.”
선생의 입이 쩍 벌어졌다. 국어 선생조차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집에 한의학 하시는 분이 계시니?”
견은 고개를 저었다.
“가 봐라.”
견은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서다 한 아이를 봤다. 전학을 왔는지 선생님께 이것저것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견은 한참을 여자 아이를 바라봤다. 초희였다.
“뭐해 안 나가고?!”
견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초희를 만났다. 초희는 알아보지 못했다. 거의 한 달째 초희 집 근처를 돌아 집으로 갔다.
오늘은 초희가 집으로 안가고 재래시장 골목으로 들어가 멸치를 파는 노점 앞에 섰다.
“오늘은 이만 가야겠구나.”
아주머니는 초희에게 스티커 한 장을 보여줬다. <노장적치물 정비 및 강제집행 안내> 딱지였다.
“빨리 치워야 벌금을 물지 않을 텐데.”
견은 근처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아저씨, 저 이거 좀 빌려갈게요.”
아저씨가 말릴 새도 없이 견은 리어카를 끌고 나왔다.
“저기 여기 실으세요.”
초희와 아줌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교복을 보고 아줌마는 눈짓으로 초희에게 아는 아이냐고 물었다. 초희는 고개를 저었다.
“어서요.”
얼떨결에 멸치, 미역, 새우등을 리어카에 실었다.
“저도 집이 여기 근처인데 어묵 먹다가 이야기 들었어요. 같은 학교 친구끼리 도와야죠. 게다가 같은 동네면 주민인데. 하하하.”
견은 너스레를 떨었다.
견이 리어카를 끌고 모녀가 밀고 도착한 곳은 언덕의 오래된 연립주택 앞이었다. 초희의 집은 지하였다.
“고맙네. 뭐라도 먹여 보내야하는데……”
그때까지 초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고맙단 말도 싫다는 말도, 좋다는 얼굴도 싫다는 얼굴도 아니었다. 견은 도망치듯 리어카를 끌고 달렸다. 언덕을 한참 내려오는데 뒤에서 초희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잠깐만 서봐.”
견은 얼음이 된 냥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등으로 땀이 주르륵 흘렀다.
“너 나 알지?”
견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초희를 바라봤다.
“왜 며칠 동안 내 뒤를 쫓았어?”
견은 입만 달싹거렸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매일 네가 꿈에 나온다고 해야 할까? 꿈에서 너와 나는 아는 사이였고, 친한 사이였다고? 우린 조선시대에 둘도 없는 친구였고 남매였다고? 나는 오래전부터 꿈속 세계를 하나 더 살고 있다고?
“그, 그게……. 널 쫓은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잘 돌아다니다가 집에 가. 신경 쓰이게 했다면 미안하다. 초희야.”
“내 이름은 서지영이야. 초희가 아니라.”
지영의 눈빛이 떨렸다.
견은 터덜터덜 리어카를 끌고 주차장으로 갔다.
“아이고, 이놈아! 그렇게 리어카를 끌고 가면 어쩌냐?”
벌써 불콰하게 술이 취한 아저씨가 터질듯 한 얼굴로 달려 나왔다.
“네 놈 때문에 폐지도 못 주웠으니 리어카 끌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와라.”
거짓말이다. 아저씨는 그 사이 폐지를 주을 생각도 없었으면서 이참에 견을 부려 먹으려는 생각이었다. 견이 헤 웃으며 그러마 했다. 한 달간 초희를 쫓아다녀본 결과 이 주차장 아저씨가 이 동네 노점 자리를 주선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아저씨와 친해지는 게 초희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동네를 열심히 뛰어다니며 폐지를 주웠다. 몇 바퀴 돌아 리어카 가득 폐지를 실을 수 있었다. 아저씨는 리어카를 보고 입이 귀에 걸려 견에게 막걸리 한잔을 건넸다.
“어른이 주는 건 마셔도 돼.”
견은 눈을 딱 감고 쭉 들이켰다. 일하고 먹는 거라 그런지 시원하고 달콤했다. 한 병을 다 받아 마신 견은 벌건 얼굴로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제 제가 자주 폐지 주워 드릴 테니까 저기 금은방 앞에서 멸치 파는 노점 아줌마 있잖아요? 좀 잘 봐주세요. 제가 그 집 딸 좋아하거든요.”
풀린 눈으로 견이 헤벌레 웃었다.
“이놈 벌써부터 여자를 위해 한 몸 바치는 것 보니 된 놈이네. 허허허.”
그 뒤로 견은 거의 매일 동네를 돌며 폐지를 주웠고 초희의 엄마는 매일 몫 좋은 금은방 앞에서 장사를 했다. 단속이 뜨는 날은 쏜살같이 견이 리어카를 끌고 피신 시켰고, 일이 끝날 때쯤에도 정리를 도왔다.
초희는, 지영은... 여전히 좋다 싫다 말이 없다.
어느 날은 지영이 견이 정리하고 있는 책을 보면서 말했다.
“직지방이란 책에 보면 맥립종은 비장에 열이 쌓여있고 체해서 소화되지 않아서 된다. 이때는 진피를 보드랍게 가루 낸 것을 설탕물에 달인 것에 대황가루를 조금 타서먹고 설사를 시키라고 나와. 이걸 과립 한약에 적용해보면, 백호가인삼탕으로 위장 열을 내리고, 배농산급탕과 탁리소독음으로 염증을 다스리는 거지.”
견이 몰라서 비워뒀던 부분이었다.
“어떻게……, 너……?”
“나도 모르겠어.”
지영도 같은 꿈을 꾼다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둘은 몇 권의 책을 함께 정리해 갔다. 꿈속에서 견이 초희와 함께 썼던 책들이다.
꿈속 정씨 아저씨와 닮은 주차장 아저씨는 견이 실어다 주는 폐지를 팔아 낮술로 다 쓰는 것 같았다. 단 하루도 취해있지 않은 날이 없었다.
“아저씨, 오늘 멸치 파는 아주머니 안 나오셨네요.”
노점 정리를 도와주러 왔을 때 자리는 비어있었다. 주차장 아저씨는 술이 덜 깬 얼굴로 겨우 일어나 앉았다.
“어, 그 집? 그 집 며칠째 안 나왔어. 몰라. 뭔 일인지.”
아저씨는 다시 골아 떨어졌다. 지영을 못 만난 지도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견은 지영의 집으로 달려 지하로 이어지는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대문을 요란하게 두드리자 4층 꼭대기 창문이 열렸다.
“웬 소란이냐?”
빌라 주인아줌마의 짜증 섞인 답이 돌아왔다.
“여기 살던 모녀 어디 갔나요?”
“어느 모녀 말이냐?”
“여기 지하에 살던, 멸치 팔던 아줌마랑 제 나이의 여자 아이 말이에요.”
견이 소리 높여 말했다.
“무슨 소리냐? 거기 지하방 안 나가서 골치구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얼른 집에 가거라.”
“네? 제가 얼마 전에도 여기 왔었는데요. 몇 년 동안 살던 사람들 있잖아요.”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말고 어서 가거라. 거기 사람 안 산 지가 몇 년인데. 귀신 나오는 소리하고 있네.”
견은 한참을 그 집 앞에 서 있었다. 2년 동안 리어카를 끌고 다녔던 집이다. 멸치와 미역을 내려 주고 지영과 그녀의 엄마가 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문단속 잘해”란 말을 하고 돌아섰던 곳이다.
견은 무언가에 홀린 듯 언덕을 내려와 주차장으로 갔다. 아저씨가 술에 취해 졸고 있었다. 꿈속 정씨를 닮은 아저씨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아저씨!”
견이 소리 지르자 아저씨가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아이고 놀래라. 무슨 일이야?”
이 아저씨도 지영을 모르는 건가? 지금까지 견이 주워 주는 폐지를 팔아 술을 사 먹고도 모른다 할 수는 없을 거다. 금은방 앞에 노점 자리를 주선 해주고도 모른다 할 순 없을 거다.
“무슨 일이냐?”
“저기 금은방 앞에 노점 하던 아줌마 말이에요. 멸치랑 미역 팔던…….”
“그래. 그 집 멸치가 좋지. 왜 엄마가 사오라고 하든?”
견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 아저씨는 안다. 지영의 엄마를 안다. 모두 사라진 지하방처럼 그들이 원래 없었던 거라고 하지 않는다.
“네. 그 아줌마 어디 간지 아세요? 예쁘게 생긴 여고생 딸이 자주 도와주던 그 노점 말이에요. 어디 간지 아세요?”
견이 웃으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부부가 하는 멸치 노점 말하는 거 아니냐? 딸이 있었던가? 도와주러 나오고 그랬던가?”
견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주차장에 있는 리어카를 바라봤다. 저기 빈 리어카에 내가 폐지를 잔뜩 주워 주지 않았느냐고! 이 술꾼아! 술주정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 그 금은방 앞에 힘겨운 모녀가 멸치를 팔고 있지 않았느냐고! 아저씨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견은 반쯤 넋이 나간 채 금은방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노부부가 멸치와 미역을 팔고 있었다. 지나던 아줌마가 멸치를 사며 말한다.
“몇 년째 여기 멸치만 사는데 좀 깎아줘.”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다. 지영을 어디에 숨기고 세상이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견은 눈물범벅으로 집까지 달렸다. 지영의 말이 귓속에 맴돈다.
“꿈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그건 꿈인 거니? 현실인 거니?”
지영은 알고 있었던 거다. 좀 더 말해주고 갔으면 좋았지 않느냐고, 그게 꿈이든 현실이든 너란 존재를 내가 기억하고 있는데 그렇게 꿈으로 남아버리고 싶었느냐고…….
견 안에 원망과 그리움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한약 이써 > 신인류의 한방-소설로 풀어본 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견의 과거>- 신인류의 한방 15 (1) | 2016.09.29 |
---|---|
<2016년, 견의 술집>-신인류의 한방 14 (0) | 2016.09.29 |
<2016년, 견의 술집>-신인류의 한방 12 (0) | 2016.09.29 |
<견의 꿈>- 신인류의 한방 11 (0) | 2016.09.29 |
<2016년, 견의 술집>-신인류의 한방 10 (0) | 2016.09.29 |
- Total
- Today
- Yesterday
- 한약 과립제
- 한방제제
- #담낭암 증상 #담낭암 기본정보 #담낭암 생존율 #담낭암 4기 #담낭암 원인 #담낭암 명의 #담낭암 3기 #담낭암 말기 #담낭암 수술 #담낭암 2기 #담낭암 치료 #담낭암과 담관암 또는 담도암은 어떻게
- 과립제
- #췌장암 초기증상 #췌장암 증상 #췌장암 검사 #췌장암 등통증 위치 #췌장암 원인 #하알라 췌장암 #췌장암 완치율 #췌장암 4기 #췌장암 등통증 #췌장암 변 사진 #췌장암3기 #췌장암 수술 #췌장암 통
- 신인류의 한방
- #신장의 기능 #간의 기능 [AMC 병법] #간의 기능 콩팥과의 비교 #간의 기능과 간성혼수 #간의 기능과 간이식 #간의 기능과 관련 질병 #간의 기능과 역할 #간의 기능과 황달 #온라인 채널과 오프라인
- #폐암 초기증상 #폐암 4기 생존율 #폐암 4기 #폐암 검사 #폐암 생존율 #폐암 수술 #폐암 항암치료 #폐암 치료 #폐암 치료제 #폐암 방사선치료 #폐암 신약 #폐암 완치 #폐암 병기 #폐암 약 #폐암에 좋
- 한약 소설
- 한약제제
- 한약 과립
- #갑상선암 증상 #갑상선암 좋은 음식 #갑상선암 수술 #갑상선암 수술후 #갑상선암 원인 #갑상선암 전이 #갑상선암 사망 #갑상선암 수술비용 #갑상선암 재발 #갑상선암 수술후 음식 #갑상선암 로
- 한방의 과학화
- #간암 증상 #간암 생존율 #간암 말기 #간암 원인 #간암 명의 #간암 수술 #간암 초기 #간암 치료 #간암4기 #간암2기 #간암 색전술 #간암 검사 #간암 복수 #간암에 좋은 음식 #간암말기증상 #간암수치 #
- 한약 과립 녹이기
- 한방 소설
- 사람을 향하는 한방
- #전립선암 증상 #전립선암 생존율 #전립선암 수술 #전립선암 음식 #전립선암 4기 #전립선암 수치 #전립선암에 좋은 음식 #전립선암 카페 #전립선암 3기 #전립선암 명의 #전립선암 검사 #전립선암 2
- #위암 증상 #위암 4기 #위암 초기 #위암 원인 #20대 위암 #위암 생존율 #위암 수술 #위암 사망률 #위암초기증상 #위암1기 #위암3기 #위암2기 #초기 위암 증상 #위암 수술 후 식사 #위암 4기 생존율 #위
- #서민금융진흥원 소액생계비대출 #소액생계비대출 후기 #소액생계비대출 부결 #소액생계비대출 입금 #긴급소액생계비대출 #소액생계비대출 추가 #소액생계비대출 100만원 #소액생계비대출 서
- #소상공인진흥공단 정책자금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재도전특별자금(2023년중소벤처기업부소관소상공인정책자금융자계획변경공고)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2023년중소벤처기업부소관소상공
- #권리금 계약서 양식 #상가권리금계약서 #권리금양도양수계약서 #권리금 수수료 #권리금 계약금 #상가권리금 계약서 #학원 권리금계약서 #상가 권리금 계약서 #시설 권리금 계약서 #표준 권리금
- 한약과립
- 한약사
- #지방간에 좋은음식 #간경화에 좋은 음식 #강아지 간에 좋은 음식 #간수치에 좋은 음식 #위에 좋은 음식 #간에 좋은 영양제 #간암에 좋은 음식 #간에 좋은 즙 #간에 좋은 음료 #간에 좋은 약 #간에
- 10년후 한방
- 한약국
- 과립제 먹는법
- #신장암 증상 #신장암 1기 #신장암에 좋은 음식 #신장암 수술 #신장암 명의 #신장암 4기 #신장암 로봇수술 #신장암 3기 #신장암 전이 #신장암 생존율 #신장암 원인 #신장암 초기증상 #신장암 폐전이
- #유방암증상 #유방암의증상 #유방암생존율 #초기유방암 #유방암4기 #유방암발생원인 #유방암 검사 #삼중음성유방암 #유방암 수술 #유방암 2기 #유방암 전이 #유방암 1기 #유방암 카페 #유방암 치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