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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다시 내의원으로 들어갔다. 궁에 뛰어난 의원이 많았지만 광해군이 노인을 신임해 고문으로 별도의 직을 만들어 궁으로 들인 것이다. 헌데 평소보다 퇴청이 늦어지고 있었다.
“스승님이 늦으시니 넌 먼저 들어가 자. 뒷정리는 내가 할 테니.”
견이 약재 점검을 하며 말했다.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집으로 가고 집에는 초희와 견만 남았다.
“같이 해. 근데 기분이 이상해.”
“뭐가?”
“아니야.”
초희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방을 닦았다.
“지난번 일 때문이야? 제조대감 말이야.”
견이 말했다. 초희가 놀라는 얼굴로 다가와 앉았다.
“앞으로 그 말 입 밖에도 내지마. 그게 들키면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리 쉽게 말을 해.”
견은 어떤 이유가 됐든 제 손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 칼을 삼킨 것처럼 괴로웠다. 그 일이 있은 후 초희는 궁으로 가지 않았다. 궁에도 내의녀들이 있긴 했지만 초희가 잡병에 능하여 사사로이 부름을 받고 궁을 드나들었었다.
“미안해.”
초희가 더 가까이 다가와 앉았다. 견의 심장이 뜨거워진다.
“아침에 스승님이 궁에 가기 전에 이상한 말씀을 하셨어.”
“뭐?”
“지금의 의학이 백 년 전과 다른 게 무엇이지? 중국 후한 장중경 시대와 다른 게 무어지? 이렇게 물으셨어.”
“그런 질문 자주 하시잖아. 철이 나온 시대에 돌을 던지며 싸우면 필패요. 화포가 나온 시대에 화살을 쏘면 필패요. 의학도 변해야 한다고. 헌데 의학은 아직도 천 년 전 의서를 보고 있다고. 그것에서 몇 걸음 더 나가지 못했다고.”
초희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심각하셨어.”
허준의 동의보감이 광해군 2년에 완성되고 그로부터 5년 후 세상을 떠났다. 작년 일이다. 스승님도 허준의 의술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의 사고체계가 천 년 전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끊임없이 물었다. 그러면서 자신 역시 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괴로워했다.
그래도 탕약 위주의 처방을 환산료제(丸散料劑)로 만들면 보다 체계화된 의학체계를 만들 수 있다 했다. 보관이 오래 가능하니 대량으로 생산하여 유통도 가능할 것이고, 좀 더 규격화된 약방문도 만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견은 병사(病舍)를 살피고 초희 방으로 갔다. 여전히 불이 켜져 있다. 무엇이 두려운 것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한참을 멍하니 문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만 바라보았다.
아침이 되어 초희가 밥을 내어왔다. 된장찌개와 나물무침이 전부인 단출한 밥상이다.
“스승님은 어제 안 돌아오셨어.”
견도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밥 먹고 궁으로 가봐야겠어.”
견은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약방을 쉴 것이라 이르고 궁으로 갈 채비를 했다. 병사를 한 번 더 살피고 집을 나서려는데 관원이 들이닥쳤다. 십여 명의 관원은 신속하게 약방과 집안 곳곳을 뒤졌다. 만들어둔 약들은 압수되었고 둘은 항변 한번 할 틈 없이 포박되었다.
“책은 어디 뒀나?”
관원이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몸부림치며 소리쳐 봐도 관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책은 어디 뒀어!”
“책이라면 방에 있는 책들이 전부요.”
방안의 책들 역시 모두 압수 되었다. 둘은 영문도 모른 채 의금부로 끌려갔다. 그곳에는 스승님이 형틀에 묶여 있었다. 견과 초희도 스승님과 나란히 형틀에 묶였다.
“죄인 이시훤은 들으시오. 어찌 다른 의원들은 아무도 모르는 약을 만든 것이오?”
의금부 판사가 호통 쳤다.
“그것이 죄가 되오?”
스승, 이시훤이 차분히 답했다.
“어허! 어찌 내의원에 있는 사람이 혼자만 아는 검증도 되지 않은 약을 쓴단 말이요!”
“혼자만 아는 약이 아니오. 모두 다 아는 약이오. 그들이 좋아하는 의서에도 다 나온 약들이오. 탕약이 환과 산으로 바뀐 것이 전부요.”
“이런 약을 만든 의중이 무엇이오?”
“약을 만드는 것에 의중은 단 하나요. 병을 낫게 하려는 의중 단 하나요.”
판사는 노여운 얼굴을 했다.
“그것이 주상전하의 안위를 살피는 자가 할 말이요? 천번만번 살피고 의논하여 의술을 행하여야 할 일에 어찌 전하에게 직접 고하여 드시게 하였소? 다른 의관들을 속인 연유가 무엇이오?”
“다른 의관들에게 내 뜻은 이미 말했소. 내가 전하께 드린 약이 무엇인지도 그들은 알고 있소.”
“어허! 그래서 다른 의관들은 반대하지 않았소? 헌데 단독으로 전하를 미혹하여 그 약을 드린 것 아니오!”
“나는 내의원 고문이요. 실질 권한이 없소. 허나 전하가 하라면 그리 할 수는 있소. 전하가 낫지 않는 약을 이미 오랜 시간 드셨고 고통스러워하시는 통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약을 말씀 드린 것이오. 전하가 그리하라 하여 그리 하였소.”
이시훤은 이미 같은 대답을 수차례 반복한 듯 했다.
“죄인 이견과 이초희에게 묻겠소. 이시훤이 가루약을 만든 연유가 무엇이오?”
견과 초희는 질문의 뜻도 모르겠고, 오늘 일의 연유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죄인 이시훤은 지금까지 이어온 의술을 행하지 않고 어디에도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주상전하를 희롱한 죄. 주군의 신임을 믿고 병을 악화시킨 죄가 크다.”
이시훤도 음성을 높였다.
“그 약을 먹고 그리 된 것이 아니오. 전하께서 그 약을 먹은 것은 고작 이틀이오. 오랜 시간 해수, 천식을 앓아 오신 전하의 병은 그리 짧은 시간에 낫는 것이 아니오.”
사건 전말은 이랬다. 내의원 의관들이 임금의 이시훤에 대한 총애를 시기하여 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탕약을 오랜 기간 먹고도 고질인 천식 해수가 잡히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중인데 이시훤이 직접 임금에게 자신이 만든 약을 권한 것이다.
<육미지황환, 소청룡탕, 맥문동탕, 자감초탕>을 가루로 만들어 한 숟가락씩 타 먹이게 했다. 이미 깊어진 임금의 병이 이틀 만에 낫지도 않을 터인데 이 기회에 내의원 의원들이 작당을 한 것이다.
“내의원 김영찬을 불러들이라.”
판사의 부름을 받고 내의원 주부 김영찬이 나타났다.
“주부 김영찬은 죄인 이시훤이 올린 약을 알고 있었는가?”
“그런 약을 쓴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김영찬은 이시훤의 눈을 피한 채 답했다.
“그럼 내의원에서 의논 하에 내린 약방문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방식이고 그것을 전하에게 시험해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럼 단독으로 이번 일을 진행하였단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죄인 이시훤은 어째서 병약한 전하를 미혹하는 불충을 저질렀는가?”
같은 말은 반복되고 또 반복 되었다.
“이시훤은 전 어의를 지낸 허준의 명성과 의학적 성공을 시기하여 이번 일로 공을 세워보려는 의도 아닌가?”
“그것은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이옵니다. 허준은 내의관을 함께 지낸 동무이자 스승이옵고 그의 의학적 지식과 업적은 대대손손 이어져 백성과 후손의 삶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이번 질문에는 이시훤이 목소리를 높였다.
“헌데 왜 이런 일을 하셨소?”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병증을 보고 약을 쓰는 기전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소. 탕제를 올릴 때와 환산제를 쓸 때는 방법이 다르오.”
이야기는 계속해서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지켜보는 초희와 견도 속이 탔다. 약방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계속해서 썼었고 효능도 좋았던 약들이 임금에게 들어가면 대역죄가 되는 이 법도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김주부가 대답하시오. 동의보감은 어떤 책이오?”
“우리 의학과 동방의 의학을 집대성하였고 일일이 출처와 근거를 밝혀 처방을 제시하였고, 뿐만 아니라 백성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약재들의 효능을 기술하여 전쟁 속에서 고통 받아온 가난한 백성들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그건 나도 인정하오. 동의보감과 이번 일을 연관 짓는 연유가 도대체 무엇이오!”
이시훤도 더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높였다.
“이시훤은 묻는 말에만 답하고 목소리를 낮추라. 김주부에게 계속해서 묻겠소. 전하의 병증은 어떠하였는가?”
“맥이 부하고 빨랐으며 숨이 차서 힘들어 하셨고, 묽은 콧물이 흐르셨고, 끈적한 가래와 끈적한 침이 나온다 하셨고, 기침은 하지 않을 때는 안하다 한번하면 심하게 하셨고, 폐가 조하였습니다.”
“그래서 내의원에서 내린 약화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동의보감에 기록된 대로 순차적으로 약화제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선 풍한형에 소청룡탕, 담탁형에 삼자양친탕 정력대조사폐탕을 순차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증상이 없어진 후 호흡기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생맥산 보폐탕으로 폐허를 잡고, 육군자탕으로 비허, 금궤신기환 금수육군전으로 신허를 잡고 있었습니다.”
판사는 다시 이시훤에게 눈길을 돌렸다.
“이제 이시훤이 대답하라.”
“나는 동의보감을 낮추는 것이 아니오. 훌륭한 서적이고 나 역시 허준 선생을 높이 평가하오. 허나 왜 다른 시각이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오? 순차적으로 병을 치료하기에 전하의 옥체가 위중하다 여겼고 내가 쓴 대로 장시간 쓴다면 당장의 괴로움도 줄이고 병으로 훼손된 옥체도 보할 수 있는 처방이요.”
겨우 이틀을 먹고 낫지 않은 것이 이렇게 문초 당할 일이라면 그간 전하의 옥체를 천식 해수까지 번지게 한 내의원들은 경을 칠 일일 거다. 내의원 약이 그렇게 완전하다면 몇 달 넘게 약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낫지 않는 연유가 무엇인가?
허나 이시훤은 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누가 봐도 오늘의 문초는 답과 결론이 정해진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시훤은 자신이 내린 약방문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절대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스승님의 처방도 동의보감과 다르지 않습니다.”
듣고만 있던 견이 나섰다.
“동의보감에서는 천식의 원인을 여덟 가지로 분류하여 증상과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풍한천(風寒喘)으로 감기의 원인인 풍한사(風寒邪)로 치료가 되지 않아 오래가는 경우. 둘째는 기천(氣喘)으로 정서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것으로 숨은 가쁘나 가래 끓는 소리는 없는 것. 셋째는 담천(痰喘)으로 숨질이 가쁘면서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 것. 넷째는 화천(火喘)으로 화기(火氣)가 위로 떠올라서 생기는 것으로 가만히 있으면 양호하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불편한 것. 다섯째는 수천(水喘)으로 수기(水氣)로 인해 소리가 나며 가슴이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여섯째 구천(久喘)은 천증(喘症)이 오래된 경우. 일곱째 위허천(胃虛喘), 여덟째 음허천(陰虛喘)은 몸의 기능이 허약해진 틈을 타 증상이 발현된 경우를 말합니다. 전하의 병은 묽은 콧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풍한형이 있어 소청룡탕을 쓰고, 끈적한 가래가 있으니 맥문동탕을 쓰고, 폐에 힘이 빠져 있고 맥이 빠르니 자감초탕을 쓰고, 오랜 시간 앓으신 데다 음허 증상을 보이시니 육미를 함께 씁니다. 의미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시훤은 장시간 고문과 심문으로 노쇠한 몸에 무리가 갔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시훤과 견이 함께 옥에 갇히고 초희는 풀려났다. 초희는 약방문대로 약을 주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초희는 자신도 함께 갇히게 해 달라 떼를 썼지만 되지 않았다.
“그 약을 먹고 전하가 나을까 겁이 났던 게지. 오랫동안 앓아온 천식 해수이니 며칠 만에 낫진 않을 테고 낫기 전에 약을 중단케 해야 했을 거야. 내가 이 기회를 노려 의학 체계를 바꾸려 들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면 자신들이 지금껏 배워온 의학을 다시 배워야할 거고.”
“그렇지 않아도 관원들이 집에 들어와 저희가 쓴 책을 내 놓아라 하였습니다.”
이시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석은 사람들. 지금까지의 것이 옳은 것만은 아니듯 우리가 세운 이론 역시 완전하지 않은 것을. 그래서 발전이 없는 것이야.”
이시훤은 제주도로 유배 명령이 떨어졌지만 고문으로 쇠해진 몸은 버티지 못했다. 유배 길에 오른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뒀다.
초희와 견은 지금처럼 약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풀려났다. 관직도 없는 어린 의원과 의녀는 그들에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견과 초희는 한양 땅에 스승님을 묻을 수 있는 것만으로 다행으로 여겼다.
“제주로 가자.”
집으로 돌아온 견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야? 어찌 살려고?”
초희는 스승님에게 벌로 내려진 유배지로 어찌 제 발로 걸어가자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살려고 가는 거 아니야. 죽을 각오로 가는 거야.”
견은 스승의 뜻을 따를 작정이었다. 자신을 키워준 은인으로 보답이 아니다. 그의 생각이 옳다 여기기 때문이다.
견과 초희는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길을 나섰다. 떠나기 전에 마포나루에 가서 정씨 아저씨를 만났다. 이미 술에 취한 정씨는 주막으로 견과 초희를 끌고 갔다.
“아이고, 소식은 들었네. 나리가 그렇게 되고 내가 며칠 째 잠을 못 잤어.”
낮술로 얼굴이 터질듯 붉어진 정씨가 말했다.
“걱정 끼쳐 송구합니다.”
“송구라니! 너희라도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헌데 어디 가는 게냐?”
“제주도로 가려고요.”
정씨는 놀란 얼굴로 견의 손을 부둥켜 잡았다.
“아니, 어째서 그 먼 곳으로 간단 말이냐. 바람 많고 돌 많고 여자 많다는 그 제주로 왜 간단 말이냐? 여자가 많아서 가는 게냐? 컥. 물은 꼭 끓여먹고. 물 바뀌면 속이 뒤집히고 그러면 몸속이 엉망진창이 되어서 사람이 탈이 나는 게야.”
걱정과 흰소리가 뒤죽박죽인 아저씨의 말은 술을 한 말을 비우고서야 끝이 났다.
“아저씨, 제가 맡긴 책은 잘 가지고 계시죠? 그 책 이제 가져가야할 거 같아요.”
술이 너무 취해 인사불성이 되기 전에 책을 받아야 했다.
“억, 그래. 우리 집으로 가자.”
비틀거리며 정씨의 집으로 가서 보자기에 싸인 책을 받았다. 그간 정씨의 집은 잘 지어진 기와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이걸 아주 곱게곱게 모셔 놨다. 하하하. 이게 어떤 책이냐 나으리와 너희의 그간의 의학 지식이 집대성 된 책이 아니냐? 허준의 동의보감이 전국에 유행을 하고 명나라에서도 그 책을 구하려고 안달이 난다하나 나 같은 놈도 볼 수 있는 이 책이 최고로세! 허허허!”
정씨의 이야기는 계속 될 것 같았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가야할 것 같아요.”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정씨가 약 한통을 내어왔다.
“책에 적힌 대로 만든 오령산(五苓散)이다. 뱃멀미에 좋다며? 가서 영 아니다 싶으면 얼른 다시 올라 오거라. 아이고 불쌍한 것들. 헌데 말이다. 탕약을 백 명이 먹을 분량을 달여서 농축액을 만들고 거기다 전분과 당을 넣어 요로코롬 만들어 먹으면 삼 년이 지나도 약이 안변해. 헉. 요즘 내가 만든 약을 사람들이 달라고 난리다. 치통, 불면, 열로 인한 코막힘에 백호가인삼탕이 좋다는 건 이 책 안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 것이여. 갈근탕이 몸살 말고도 턱관절통 대상포진에 쓴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냐? 내가 이 책을 보고 의원이 다 되어 부렀네. 컥.”
아저씨의 이야기가 다시 길어질듯 하여 둘은 인사를 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아저씨가 언제 저렇게 돈을 모으셨대? 집이 대궐이 됐잖아?”
초희가 의아해하자 견이 대답했다.
“이 책을 보신게지.”
견이 피식 웃었다.
정이 많고 나쁜 사람은 아니나 돈 욕심이 있는 정씨의 품성을 알아 견은 일부러 초희를 시켜 책을 맡기라 했었다. 탕제를 가루약으로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기록해두었고, 어느 병에 어떻게 쓰는지도 상세히 기록해 두었기 때문에 많이 쓰는 약은 정씨가 보고 만들어 팔 거라 생각했다. 책도 필사하여 의학을 공부하는 이나 동네 약방을 하는 사람, 약초꾼들에게 팔아먹을 거라 생각했다. 정씨는 그것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의도대로 그 책을 보는 이나 약을 먹는 이는 많아질 거다.
제주도에 도착해 우선 약방을 열 만한 곳을 알아봤다. 시장 길목에 작은 집을 하나 마련하고 약방을 꾸몄다. 방 세 칸짜리 집이었는데 한 칸은 초희 방, 한 칸은 약 보관고, 한 칸은 환자를 보고 밤에는 견이 자는 방으로 쓰기로 했다.
“너하고 나, 그리고 집이 있으면 약방은 된 거지.”
견이 웃었다. 초희도 같이 웃어보였지만 견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따르리라 생각했다.
견은 새벽같이 일어나 허벅에 물을 길어왔다. 가까운 용천수는 양반들이 다 차지하여 한라산 중턱에 가 샘물을 길었다.
그사이 초희가 일어나 밥을 짓고 있었다.
“이 새벽부터 물을 길으러 간 거야?”
견이 장독에 물을 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는 물이 귀해 산에서 내려오는 용천수는 백성은 구경도 못하고 우물을 파도 바닷물이 나와. 이곳 사람들이 종기가 많은 까닭이 그 때문이래. 물고기를 많이 먹으니 열이 승(昇)하고 소금물을 많이 먹으니 피가 탁해져 종기가 많은 거야.”
아침밥을 먹고 견은 초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이 옆에 봉천수를 만들 거야. 우리도 가져다 쓰고 근처 사람들도 가져다 쓸 수 있게.”
제주에 오자마자 일만 하는 것 같아 초희에게 미안했지만 견은 마음이 급했다. 빨리 스승님의 뜻을 펼쳐야 한다.
“봉천수?”
“빗물을 받아 정화하여 먹는 물이야.”
초희는 견의 초조한 마음을 알아 고개만 끄덕였다.
꽤 많은 돈을 들여 봉천수 연못을 만들었다. 받은 빗물은 숯이나 조개껍질로 정화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봉천수를 마음껏 퍼가라 이르고 정화법도 알려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젊은 의원이 인심도 좋다고 칭찬했다.
집을 사고 봉천수를 만드느라 가지고 온 돈의 대부분을 써버렸다. 이제 정말 벼랑 끝에 선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돈도 바닥이 나 변변한 음식도 못 먹여 초희의 얼굴이 많이 축났다. 초희는 견의 손을 가만히 잡고 고개를 저었다.
“난 아무렇지 않아. 스승님 보내고 너까지 잃지 않아 그걸로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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