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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은 혼자 전에 갔던 술집을 찾았다. 오늘도 주인 혼자였다.

“이렇게 해서 유지는 돼요?”

설연은 따뜻한 사케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인은 사케를 건네고 마늘을 구웠다.

“기사를 보니 난리가 났던데요?”

“봤어요?”

설연이 웃어 보인다. 스캔들 직후 세금 문제가 터졌고, 잡지 인터뷰에서 내뱉은 한류에 관한 이야기가 구설수에 올랐다.

“난 내 수입이 어디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 지도 몰라요. 내 손으로 돈 낼 일도 없고 지갑도 안 가지고 다녀요. 아, 오늘 술값은 가져 왔으니까 걱정 말구요. 그래도 내 얼굴, 내 이름이 걸린 일들이니까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거죠. 억울하진 않아요.”

류견이 꼬치에 구운 마늘을 건넸다.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설연이 꼬치를 집어 들며 말했다. 견이 컵을 닦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난번에 그 늙다리랑 왔었잖아요?”

“장난하지 말구요.”

“나야 TV에서 자주 설연씨 보죠. 최고의 한류스타니까 아무 채널 돌려도 나오던데?”

“그럼 난 어디서 그쪽을 봤더라?”

설연이 꼬치에서 구운 마늘을 쭉 뺐다.

“꿈에서 봤나보죠. 대 스타가 나 같은 사람을 볼 일이 언제 있었겠어요?”

설연은 꼬치 작대기를 들고 팔을 쭉 뻗었다. 뾰족한 끝이 견의 목에 닿았다.

“그래, 난 널 내 꿈에서 봤어. 십년도 넘게 이어지는 꿈이야.”

견은 목을 꼬치에 더 가까이 들이 밀었다. 설연이 놀라 팔을 뺐다.

“꿈에서 본 사람에게 이러는 건 웃기지 않아?”

그때 가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한 무리의 젊은 여자들이 들어왔다. 설연은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견은 주방 뒤쪽을 가리켰다.

견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주방과 연결된 작은 방이었는데 간이침대, 책상이 있었다. 책상에는 전원이 켜진 노트북이 있었고 거기에는 작업 중인 글이 있었다. 한약 처방들이었다.

얼마 후 방문이 열리고 견이 들어왔다.

“이게 뭐지?”

설연이 노트북을 가리켜 물었다.

“그건 꿈에서 안 나왔었나?”

류견도 매일 꿈을 꾼다. 십년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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