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어느 젊은 검사의 죽음을 보고

경희생한약국 2016. 7. 6. 01:21

젊은 검사의 죽음.
부모의 하소연에 나도 같이 눈물 찔끔했다.

이런 건 자살이 아니다.

탈출구 없이 내 몰리는 상황에서 자살이 어떻게 진짜 자살이겠는가?

아무리 신체 건강하고 정신 건강해도, 꼴통 상급자 만나면 이건 답이 없다.
이래도 욕, 저래도 욕. 그냥 인간 쓰레기를 만난 거네 ㅠㅠ
하... 나같아도 저런거 못 엎었을 거야 ㅠㅠ

저런건 당한 사람이 나약해서가 아니야. 진짜 꼴통 만나면 그건 정말...

"not my fault"

그의 방에 붙은 문구...
그래, 그의 잘못이 아니다.
일이 많아서 그럴리는 절대 없을 거다.
이건 인격적으로 사람을 갈갈이 찢어놓았을 거라 추측된다.


그냥 벗어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건데 그 젊은 검사는 그 자리의 무게 때문에 벗어나지도 못했겠지?

(나같은 경우는 졸업 논문쓰다가 미친 조교 만나서 개소리 듣고... 진짜 미친 여자였음. 교수님은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 넘어가고...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그리고 4~5개월의 내 첫 직장. 이건 말하지 말자. 정말 멘탈이 매일 날아가고, 자존감을 밟아 뭉개는 곳이었지만... 하... 넘어가)

어쨌든

2011년인가? 2012년인가?
나는 남부지검에서 재판을 받았다.
너무 간단하게 끝내서 캐쥬얼 재판 같은 느낌.

그러니까...
파업 노동자들을 만나러 부산에 갔다가 수백명이 었는지 수천명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 공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뜨끈한 국밥을 먹고 나오다가 달려오는 경찰과 뙇!
어린 얼굴의 의경들도 우왕좌왕하고...
차에 실려 몇백미터 연행 되다가 함께 있던 연예인 덕이었던지 기사가 좀 나면서 경찰서 가는 길에 금방 풀려났다.
(삼천포로 좀 빠지지면, 도대체 경찰들이 왜 재벌과 노동자 사이에서 그렇게 치밀하고 충실하게 노동자들만 때려 잡는지... 하... 이것에 대해선 정말 열이 올라서... '복수의 재발견' 소설을 쓰면서 정신승리, 복수를 했으니까 넘어간다)

어느 토요일 일을 끝내고 부산으로 갔다.
크레인에 오른 김지도님께 간다고 약속 했으니까 안 갈 수 없었다.

그전에도 김지도님, 아저씨들 만나러 몇번 갔었으니까 별생각 없었다. 그냥 만나러 간 거다. 공장이 기업 오너만의 공간은 아니잖아? 그곳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공간은 왜 될 수 없는 건데?

(또 삼천포, 입으로만 정의 나불대는 인간들이 젤 싫고, 무능하면서 불평불만만 해대는 인간들이 두번째로 싫다. 약속은 뭣 같이 알고... 근데 이 두 부류는 같은 장소에 있더라.)

이런 일은 첨이라 경찰 시키는대로 주소 이름을 써냈다(나같은 멍청이도 있나?)

그렇게 여차저차 벌금 200만원 약식기소 된 것에(뭐 촛불시위때부터 엄청나게 남발된)

민변의 도움으로 남부지검에서 재판을 받았다.

내 앞에 재판 받은 3명은 진짜 잡범들이었는데, 한 사람당 5분도 안 걸린 거 같다. 음란물유포 8범, 술 마시고 경찰에 행패, 노점하다가 주인에게 욕해서 모욕죄... 뭐 이런...

그중에 나만 변호사님이 동행했었다.

초조하게 기다리며 최후 변론을 하고, 5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민변 쪽에서 재심을 하라고 했으나 변호사를 만나러 갈 시간도, 재판을 받으러 갈 시간도 내 업무시간과 겹쳐 그냥 돈을 내기로 했다.)

그때 남부지법 법정 분위기를 생각해보면,(근데 나 왜 남부지법으로 됐지? 연고지도 없는데..)

판사는 너무 피곤해서 괴로워 보였고, 검사는 고개를 푹 숙인채 단 한번도 고개를 들지도 목을 돌리지도 않았다. 서기는 내게 친절하게 사인을 부탁했고, 1층 공무원들은 말을 걸기 무섭게 화를 냈다.

오늘 뉴스에 김검사님의 어머니의 인터뷰를 보면서,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오후내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그리고 그 김검사의 지난 시간이 가슴을 때렸다. ㅠㅠ

얼마나 짓눌였을까ㅠㅠ

지난번에 경찰 욕한 글을 지울까한다.
법 때문에 자기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욕만 먹었을 거고, 일은 과중했겠지.

식약처나 보복부 공무원과 통화에서도 묻어나는 짜증과 귀찮음도 그냥 이해 해보려한다.

매일 시덥지 않은 전화를 받고, 말도 안되는 업무를 처리하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겠지.

내게도 있지. 답없는 불평을 늘어 놓거나, 그냥 나를 무시하고 약올리거나, 몇시간 동안 신세한탄을 하는 환자...
그들이 내 툴툴거림을 이해해줄 수는 없을테고... 내가 이해해 봐야지

어디서 받은 스트레스를 내게 풀어 놓는 거려니...
누군가의 압박을 그냥 들어주려고.. 좀 가벼워지라고

(오늘 글은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길에, 대전 대구 전주 들렀다가 제주도 간 느낌...)